* 이 콘텐츠는 드라마 스포를 포함하고 있으니 아직 시청하지 않으신 분들은 주의해주세요!
[드라마 정보]
ㅇ 채널 : tvn
ㅇ 방영기간 : 2013.10.18 ~ 2013.12.28 21부작
ㅇ 제작진 : 신원호(연출) / 이우정(극본)
ㅇ 내용 : 1994년을 배경으로 지방 사람들의 눈물겨운 상경기와 농구대잔치, 서태지와 아이들 등의 사회적 이슈를 담은 드라마
[등장인물]
ㅇ 성나정(고아라), 성동일(성동일), 이일화(이일화), 쓰레기(정우), 칠봉이(유연석), 삼천포(김성균), 해태(손호준), 빙그레(차선우), 조윤진(민도희)
[주요 OST]
ㅇ 너에게- 성시경
ㅇ 행복한 나를 - 김예림
ㅇ 너만을 느끼며 - 정우&유연석&손호준
ㅇ 날 위한 이별 - 디아
ㅇ 그대와 함께 - B1A4
ㅇ 가질 수 없는 너 - 하이니
ㅇ 시작 - 고아라
ㅇ 서울 이곳은 - 로이킴
ㅇ 운명 - 김성균&도희
ㅇ 서울 이곳은 - 로이킴
[감상포인트]
ㅇ 성나정의 남편은 누구?
ㅇ 드라마속 인형 등 소품들이 알려주는 복선
ㅇ OST와 연출의 찰떡궁합과 정겨운 팔도 사투리
ㅇ 풋풋한 대학생 시절과 90년대를 떠오르게 하는 스토리
[감상평]
20살 대학생활을 시작하기 위해 난생 처음으로 집을 떠나 신촌하숙집에 전국에서 하숙생들이 모이면서 그들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드라마이다. 어떻게 보면 어릴 때부터 남매처럼 지내온 오빠에게 첫사랑의 감정을 느끼며 풋풋하게 고백하고 사랑을 시작하는 나정이도 예쁘게 그려졌고, 그 시절에만 할 수 있는 스토리와 20대 초반이 가질 수 있는 용기일테니까. 칠봉이의 안타까운 첫사랑도 슬프지만 이뻐보였다. 응답하라 시리즈 중 유독 감동적인 나레이션도 많았고 BGM과 장면들이 이쁘게 연출된 것 같다. 12화에서 '우리 쩡이, 오빠랑 오랜만에 데이트 한번 할까?' 하면서 손을 내미는 정우와 그런 정우를 기다리며 설레는 나정이. 그리고 손을 잡으면서 나오는 BGM까지. 명장면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정우와 칠봉이간의 야구공을 던지면서 나정이를 두고 나누는 실랑이, 오빠에게 안아달라며 양팔을 벌리고 있는데 성큼성큼 다가가 키스하는 정우까지. 설레는 명장면이 너무 많은 드라마다. 친남매처럼 자라서 스스럼없이 스킨십하던 사이였는데 그 속에서 설레임을 느낄 수 있게 연기한 고아라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연기구멍도 하나 없고 사투리도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설렘과 풋풋함, 20대 청춘을 그려낸 응답하라 1994. 드라마 속이지만 그들의 우정과 추억이 부럽다.
[명장면/명대사]
ㅇ 1화 : 서울사람
마산에서 서울로 상경해 신촌하숙을 운영하는 나정이네 가족. 나정은 오늘도 연세대 농구부 상민 오빠가 있는 체육관과 숙소로 향한다. 그런 나정과 티격태격하는 오빠 쓰레기는 여동생을 괴롭히는 게 유일한 취미. 이제 막 서울로 올라온 신촌하숙 1호 하숙생인 순천 출신 해태와 서태지 마니아인 윤진은 이곳 사람들과 주변 환경이 낯설기만 하다. 장국영을 닮았다는 삼천포는 과연 서울역에서 신촌하숙까지 무사히 찾아올 수 있을까?
"느그 어무이가 소포 붙였드라.
내 나서 그리 크고 좋은 이불은 처음 봤다.
나랏님도 그리 두껍고 좋은 이불은 못 덮어 봤을기다.
하기사 피같은 자식 띄어놓는데 이불이 대수것나.
20년을 품에서 키았는데 오늘 느그 어무이 어쨰 주무시것노." - 일화
"서울의 첫번째 밤 그 포근하면서도 서걱거리던 이불의 감촉과
뜨거우면서도 서늘했던 그 밤의 공기를 난 아직도 기억한다.
1994년의 서울이란 내게 딱 그랬다.
분주하지만 외롭고 치열하지만 고단하며 뜨겁지만 차가운 도시.
그리하여 정말 속을 알 수 없는 도시.
우린 당당히 서울 시민이 되었지만 아직 서울 사람은 될 수 없었다." - 삼천포
ㅇ 2화 : 우리 모두 조금 낯선 사람들
93-94 농구대잔치 결승전이 열리는 잠실학생체육관. 상민 오빠를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나정을 고질적인 허리디스크가 괴롭힌다. 같은 방을 쓰게 된 전라도 출신 해태와 경상도 출신 삼천포는 서로 다른 성격에 항상 티격태격하면서도 서울 여자들과의 만남에 한껏 들떠있다. 새로운 하숙생들의 등장으로 신촌하숙은 더욱 북적해지고, 허리디스크는 여전히 나정을 힘들게 하는데...
"서울로 올라온지 이제 열흘
20평생동안 단 한번도 만난 적 없던 사람들과 함께 밥을 먹고 같은 화장실을 쓴다.
난생 처음 만난 녀석과 살부대며 잠을 잔다.
낯선도시에서 낯선 사람들과 함께 사는 낯선 집.
어느날 문득 찾아온 스무살의 봄처럼 내겐 아직 낯설기만 한 이곳.
우리들의 첫번째 서울 집 신촌하숙이다." - 삼천포
"나에겐 오빠가 하나 있다.
어릴적 나의 꿈은 오빠와 결혼하는 것이었다.
나에겐 오빠가 하나 있다.
그리고 오빠에겐 소꿈친구가 하나 있다.
우리 셋은 언제나 함께였다.
그러던 어느 봄날. 마치 거짓말처럼 내 사랑하는 오빠가 멀리 아주 멀리 떠나버렸다.
그리고 그날 이후 오빠 친구는 우리 오빠가 되었다.
나에겐 오빠가 하나 있다.
어릴적 나의 꿈은 오빠와 결혼하는 것이었다.
내 머릴 쓰다듬던 오빠의 손, 오빠의 숨소리.. 오빠의 냄새..
오빤 분명 그대로였는데 그날 난 오빠가 낯설어졌다." - 나정
"익숙한 버릇, 익숙한 일상, 그리고 익숙한 사람이 어느 순간 낯설어 지는 것.
딱히 혼란스러울 일만은 아니다.
어쩌면 그건 새로운 일상과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는 은밀한 신호일지도 모르니까." - 나정
ㅇ 3화 : 신인류의 사랑
본격적으로 시작된 미래의 성나정 남편 찾기! 과연 주인공은 누구일까? 친오빠가 아닌 쓰레기와 함께 서울 남자 칠봉이, 충청도 출신 빙그레도 후보에 합류한다. 스무 살, 대학 생활의 꽃은 바로 MT. 나정과 신촌하숙 아이들은 생애 첫 MT에 모두 들떠 있다. 동일과 일화는 복잡한 도로를 따라 서울 일주에 나선다.
"우린 X세대다.
물론 지금은 스마트폰과 인터넷으로 무장한 또 다른 신인류에 밀려 모두 멸종해 버렸지만
내 스무살의 우린 인류 역사상 최첨단의 문명을 소비하는 신인류였다.
PC통신으로 사랑을 찾고 삐삐로 마음을 전하며 음성메시지로 이별을 통보하던
우리는 역사상 가장 젊은 인류였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신인류의 사랑이 설레고 가슴뛰는 이유는
삐삐도 스마트폰도 최첨단의 그 어떤 유행 때문도 아니다.
젊은은 서툴고 투박해야 하며 사랑은 해맑고 촌스러워야 한다.
그것이 내 스무살의 사랑이 설레고 가슴뛰게 기억될 수 있는 유일한 조건이다.
내 나이 스물 나는 지금 서툴고 촌스러운 사랑을 시작한다.
내 나이 스물 나는 지금 첫 사랑을 한다." - 나정
ㅇ 4화 : 거짓말
집을 비우신 부모님을 대신해 하루 종일 혼자서 집안일을 하는 나정. 서울남자 칠봉은 사투리를 쓰는 나정의 모습이 귀엽게만 보인다. 엑스세대들의 아지트, 락카페 스페이스를 가기 위한 해태와 삼천포의 피나는 노력! 그리고 오빠 쓰레기에 대한 나정의 마음은 점점 더 깊어만 가는데...
"하필이면 만우절이었다.
거짓말같던 죽음도 거짓말이 돼버린 고백도 하필 그랬다.
누구하나 거짓을 말한 사람도 없었고
그래서 누구 하나 속은 사람도 없었지만
거짓말에 속은 만우절 바보보다 천만배는 더 처참한 만우절이었다.
때때로 현실은 거짓말보다 잔인하다." - 나정
ㅇ 5화 : 차마하기 힘든 말
성나정 남편의 이름은 김재준. 과연 다섯 명 중 김재준은 누구일까? 학교 체육대회를 앞둔 신촌하숙 아이들에게 뜻밖의 불청객이 찾아온다. 컴퓨터공학과 축구 경기를 응원하기 위해 운동장을 찾은 나정. 하지만 겨익보다 더 나정을 신경쓰이게 하는 것이 나타나는데...
"세상 죽어도 하기 힘든 말들이 있다.
내 사랑하는 이들에겐 차마 하기 힘든 말이 있다.
나로 인한 상처들에 변명해야 할 때, 그리고...
아직 준비 안된 그들에게 진실을 전해야 할 때,
사랑하는 사람에게 차마 받아들이기 힘든 진실을 들려줘야 할 때,
차마 죽어도 하기 힘든 말을 건네야 할 때,
딱 한 가지만 생각하면 된다.
그 어떤 말 주변보다도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눈빛.
그 하나면 충분하다." - 쓰레기
ㅇ 6화 : 선물학개론
친부모 같은 일화, 동일 덕분에 한 가족처럼 서울에 적응해가는 신촌하숙 아이들. 부모님이 집을 비우고 신촌하숙 하숙생들의 술자리가 시작된다. 서로 너무 달라 알 수 없는 남녀의 감정과 술 한 잔에 오가는 마음 속 이야기들. 숨겨왔던 감정이 드러나기도 하고 때론 없던 용기가 생기기도 한다.
"서울 생활 4개월 차.
대학 첫 여름 방학이 다가올 무렵,
우리는 친해졌고, 가까워졌고, 익숙해졌다.
그리고 딱 그만큼 미안함은 사소해졌고, 고마움은 흐릿해졌으며, 엄마는 당연해졌다." - 나정
"'Present' 라는 영어 단어네는 두 가지 뜻이 있다.
선물, 그리고 현재.
어쩜 우리에게 소중한 선물은 현재,
바로 지금 눈앞의 시간이라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비록 늘 투닥거리고 지지고 볶아댔지만 함께 기대며, 살 부대며 행복했던 시간들.
1994년 우린 선물 같은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세상 모든 관계는 익숙해지고 결국엔 당연해진다.
선물의 가장 강력한 힘은 그 익숙하고도 당연한 관계를 새삼 다시 설레고 감사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선물을 고르고 카드 문구를 고민하며 그에게 마음을 쓰는 사이,
어느새 그 사람은 내게 다시금 새삼스러워진다.
그리고 마음이란 반드시 전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익숙하고도 당연한 관계가 급기야 무뎌짐으로 퇴화되어버린다면
이젠 그 어떤 섬룰로도 뒤늦은 노력도 의미없다.
아무 관심도 받지 못하고 베란다 귀퉁이에서 바짝 시들어버린 난초에게 떄늦은 물과 거름은 소용없는 일이다.
관계가 시들기 전에 서로가 무뎌지기 전에 선물해야 한다.
마음을 전해야 한다." - 나정
"폐경은 남 얘긴 줄 알았다. 내한텐 안 올 줄 알았지. 당신이 방법 좀 찾아봐라." - 일화
"예끼 이사람아, 그것은 나한테 '내 청춘을 돌리도' 하고 똑같은 말인디.
안된다는 말이여. 그리고 또 다시 젊어지면 뭣허겠는가.
지금처런 이런저런 가슴 아픈 일들만 더 많이 겪을 것인디.
나는 아침마다 눈을 뜨면 신기하당께.
당신하고 나하고 이 세상 모든 풍진 풍파 겪으면서도 헤어지지 않고
한 지붕 아래서 한 이불 덮고 시방까지 산다는 것이.
임자. 그동안 애 많이 썼네.
긍께 인자 그냥 버팅기지 말고 하늘이 시키는 순리대로 사세.
서로 의리 지킴서." - 동일
"엄니, 가끔씩 저희가 철 없이 굴어서 속상하실 때가 많죠?
늘 미안하고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니깐요.
근디 뭐 어쩐대요. 이 각박한 서울에서 저희 촌놈들이 기댈 수 있는 데라곤 엄니밖에 없는디.
우리의 서울 어머니.
저희는 앞으로도 맘 상하게 할 일이 많을 것 같응께요.
엄니도 서운하고 속상한 일 있으면 그냥 내 자식이다 생각하고 마음껏 패버려요.
엄니, 우리는요. 졸업 전까지 다른 하숙집일랑 애초에 갈 생각이 없거든요.
그렁께 저희 내치지 말고 끝까지 거둬주세요.
어머니 진짜 사랑합니다. 고향에 계신 우리 엄니만큼요." - 해태
ㅇ 7화 : 그 해 여름
쑥쑥이의 정체는 바로 나정이의 남동생. 쑥쑥이의 매형은 과연 누구일까? 첫 번째 방학을 맞은 신촌하숙 아이들은 고향에 내려갈 준비로 분주하다. 대학 야구 결승전에 선발투수로 나서는 칠봉, 그리고 나정과의 약속. 쓰레기는 단지 동생이었던 나정 주변의 남자들이 신경 쓰이기 시작하는데...
"내게 야구를 빼면 아무것도 남을 게 없던 시절,
야구보다도 나를 더욱 설레게, 그리고 뜨겁게 만드는 사람이 생겼다.
역사상 가장 뜨거운 여름이 시작되고 있었고
나의 스무살은 계절처럼 달아오르고 있었다.
때는 1994년 그 해 여름이었다.
누군가 그렇게 노래 했더랬다.
여름은 젊은의 계절, 그리고 사랑의 계절이라고
1994년 그 해 여름,
계절은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고 나의, 그리고 우리의 여름은 이제 시작되고 있었다." - 칠봉
ㅇ 8화 :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합니다.
"둘 중에 누가 더 좋아?" 사소하게 시작된 물음이 돌이킬 수 없게 커져버렸다. 때론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하기도 한다. 고백의 순간도 마찬가지. TV는 사랑을 싣고에 출연하게 된 동일과 신촌하숙 아이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방학을 보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지구가 멸망을 해.
산은 무너지고 땅은 솟고 바다는 쪼개지고 짐승이고 사람이고 다 죽었다.
지구상에 산 사람이라고는 니 내 윤진이 셋 뿐이다.
결혼도 해야되고 아도 낳아야되고 종족번식도 해야 된다.
내가 윤진이가?
선택해라. 누고?" - 나정
"당연히 우리 나정이지. 오빠한테 니밖에 더 있나?
이래 재밌는 장난감을 어디서 구할끼고."- 쓰레기
"가끔 상상은 한다.
만약 이 날 그 전화를 받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터미널로 향하지 않았더라면 우린 어떻게 됐을까?
산다는 것은 매 순간 선택이다.
설령 그것이 외나무 다리다 해도 선택해야만 한다.
전진 할 것인가, 돌아 갈 것인가, 아님 멈춰 설 것인가.
결국 지금 내가 지금 발 딛고 있는 이 지점은
과거 그 무수한 선택들의 결과인 셈이다.
난 그날의 전화를 받았고, 터미널로 향했으며, 그 작은 선택들이 모여 우린 지금의 현재를 맞았다.
그 어떤 길을 택하더라도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은 남기 마련이다.
그래서 후회없는 선택이란 없는 법이고
그래서 삶에 정답이란 없는 법이다.
그저 선택한 길을 정답이라 믿고, 정답으로 만들어가면 그만이다.
내 지난 선택들을 후회없이 믿고 사랑하는 것.
그게 삶의 정답이다." - 삼천포
"니만 그런거 아니다.
해태도 삼천포도 윤진이도 나정이도
기냥 성적 맞춰서 들어온거지.
뭐 다른거 하고 싶어서 들어온 거 아니다.
니 나이 이제 스무살이다. 모르는거 당연하다." - 쓰레기
ㅇ 9화 :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쓰레기에게 자신의 마음을 들켜버린 나정. 그리고 그녀를 바라보는 칠봉. 나정의 마음을 알고 난 후, 쓰레기와 칠봉은 서로가 조금씩 신경 쓰인다. '매직아이'에 빠져있는 신촌하숙 아이들과 형을 찾아 올라온 빙그레 동생. 해태와 삼천포는 여전히 윤진과 으르렁대지만 서로 다른 감정이 생기는데...
"진심이란 늘 뒤에 숨어있기 마련이다.
워낙 수줍고 섬세한지라 다그치고 윽박지를수록 더 깊은 곳으로 숨어든다.
방법은 하나, 진심이 스스로 고개를 들 때까지
그저 눈 마주치고 귀기울이는 수 밖에 없다.
말을 접고, 생각을 접고 기다리다 보면
어느 순간 진심은 툭 튀어나오기 마련이다.
그 어떤 잘난 척도, 고고한 충고도 진짜 위로는 될 수 없다.
위로란, 진심이 나누어지는 순간 이루어지는 법이다.
누군가를 위로하고 싶다면
그저 바라보고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 빙그레
ㅇ 10화 :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를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어색해진 나정과 쓰레기. 더이상 이렇게 지낼 순 없다. 다 같이 여행을 떠나게 된 신촌하숙 아이들은 즐거운 여행 대신 전혀 예상하지 못한 큰 사건에 휘말린다. 그 속에서 확인하게 된 서로의 진심. 그리고 각자의 방식대로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를 그것을 준비하고 있다.
"세상 모든 마지막이 가슴 아픈 이유는
그렇게 실감하지 못한 채 흘려 보낸 아쉬움 떄문일지도 모른다.
스무살, 우린 새로운 도전에 가슴 뛰고 있었고
마음은 뜨겁고 두려움은 없었다.
스무살만이 가질 수 있는 그 설렘과 뜨거움과 겁 없음.
그게 얼마나 소중한지도 모른 채 그렇게 스무살의 마지막 계절을 보내고 있었다." - 나정
"내가 왜 내려왔을 것 같은데?
여섯시간 버스 타고 내려와서 딱 세시간 있다가 또 여섯시간 버스 타고 올라가고 왜 그럴 것 같냐?
너도 알 것 같은데 그래도 이번엔 제대로 말해야겠다.
올해도 이제 얼마 안 남았으니까.
짝사랑을 2년 동안 할 수는 없잖아.
너 좋아해. 그러니까 여기까지 내려왔지.
그렇다고 나 좋아해 달라는 거 아니야.
너 다른 사람 좋아하는 것도 알고, 그래서 말하지 말까 고민도 했었는데 좋은 걸 어쩌겠냐.
오늘 말 안하면 후회할 것 같아서 오늘이 지나기 전에 말하고 싶었어.
10초 남았다.
8,7,6,5,4,3,2,1. 해피 뉴 이어." - 칠봉
"소원 빌었나?" - 삼천포
"어.. 내지오빠 만수무강하라고." - 윤진
"가시나야 철 좀 들어라." - 삼천포
"니는 뭐 빌었는데? 뭐 빌었냐고.. 왜 나만 얘기하냐.."- 윤진
"첫키스하게 해달라고. 근데.. 들어주셨다." - 삼천포
"첫사랑 그리고 스무살.
이처럼 아련하고 두근대는 말이 또 있을까.
1994년 12월 31일 그렇게 우리의 첫사랑은 새로운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예측할 수 없었던 우리들의 첫키스처럼 한치도 내다볼 수 없는 우리의 사랑이.
스물 한살이. 1995년이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 나정
ㅇ 11화 : 짝사랑을 끝내는 단 한 가지 방법
쓰레기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 나정. 쓰레기도 나정이 조금씩 달라 보이기 시작하지만 그 앞에 나타난 그녀 때문에 모든 것이 혼란스럽다. 대학야구 최고의 에이스 투수인 칠봉에게도 강력한 라이벌이 나타난다. 나정은 해태에게 고민을 털어놓지만 또 다른 고민을 듣게 되는데. "짝사랑을 끝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고백이다."
"나정이가 좋긴 좋은거죠?
만약에 우리처럼 친구로 만났다면 나정이랑 연애했대요?
나정이 마음, 받아줬겠대요?" - 해태
"어, 만약에 그냥 친구 사이로 만났으면 내가 먼저 고백했다.
나도 나정이 안 싫다. 그러니까 동생같은 아가 하는 말에 이리 휘둘리고 저리 휘둘리지.
나도 마음에 있으니까, 이리 고민하는 거 아니겠나." - 쓰레기
"나는 내가 나정이 만나면 안되는 줄 알았다.
우리 부모님들도 계시고, 죽은 내 친구 훈이도 있고, 그리고 나도 지금 잠깐 헷갈려서 그런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래서 나정이 힘든 거 아는데, 그래서 나도 힘든데도 그냥 무시했다.
시간이 지나면 그냥 달라질 줄 알았거든.
근데 애 혼자 발 동동거리고 있는 거 보자니까 내 가슴이 너무 아픈거라.
나정이 가슴 아픈 게 나한테도 가슴 아픈 일이면 그게 좋아하는 거 맞지?
맞다, 나정이 혼자 짝사랑하는 거 아니다.
나도 나정이 좋아한다.
니 땜에 인자 좀 정신이 번뜩 드네.
나정이 마음 받을 거고, 내 마음도 얘기할라고.
병신같이 고민만하다가 좋아하는 여자 다른 놈한테 뺴앗기면 어짜노." - 쓰레기
"사랑도 인생도 어쩌면 야구를 닮았다.
숱한 위기 상황이 닥쳐도 제 아무리 피해가려 애써봐도
결국 누군가와 승부를 내야만 경기가 끝이난다.
짝사랑 가슴을 앓고 머리를 싸매도
어차피 혼자하는 사랑에 다른 방법이란 없다.
사랑을 얻든 무심히 차이든 짝사랑을 끝내고 싶다면
유일한 방법은 고백 뿐이다.
정면으로 승부한 뒤에야 끝이 난다.
사랑이란 어쩌면 야구를 닮았다.
그리고 세상은 넓고 라이벌은 많다.
사랑이란 어쩌면 야구를 닮았다.
물론 세상엔... 차마 고백되지 못한 짝사랑들이 훨씬 더 많다.
벗어날 방법을 알면서도 벗어나지 못하는 바보들.
짝사랑은 그래서 가슴 아프다." - 쓰레기
ㅇ 12화 : 우리에게 일어날 기적
하숙집을 나온 쓰레기. 칠봉은 쓰레기에게 정면승부를 선언하고 쓰레기도 나정에 대한 마음을 더 이상 숨기지 않는다. 하지만 그 앞에 나타난 첫사랑. 쓰레기도 나정이도 그녀가 자꾸만 신경쓰인다.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사건 속에서 확인하게 되는 서로의 진심. 끝이라고 생각한 순간, 기적은 찾아온다.
'그때 처음으로 알았다.
남자에겐 절대 건들어선 안될 단 한명의 여자가 있다는 사실을
그녀의 이름은 첫사랑이다.' - 나정
"누군가는 기적이 있다 하고,
누군가는 기적이 없다 한다.
하지만 결국 절박함의 순간엔
누구나 기적을 기도하고 기다리기 마련이다.
그리하여 기적은 있어야만 한다.
절박한 그 모든 순간들에
희미한 희망이라도 깃들 수 있도록
기적은 있어야만 한다.
하지만 기적이란 흔하지 않아서 기적이다.
예상치 못했던 행운보다 생각치 못했던 불행이 훨씬 많은게 세상이다.
삶이란 기적만을 믿으며 살기엔 매몰차고 혹독하다.
기적은 결국 확률의 문제다.
기적은 오직 한사람에게만 존재하며 남은 구천구백아흔 아홉명에게 기적이란 헛소리일 뿐이다.
삶이란 절대적이고도 압도적인 확률로 잔인하다.
그래서 기적은 필요하다.
단 한번도 일어날 확률 없는 제로의 절망보다
그나마 천만번 중 한 번이라도 일어날 수 있는 실낱의 가능성이 낫다.
그래야만 희망도 있다.
칠십억 지구에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줄 확률이란 얼마나 될까.
지금 내게 어쩌면 기적이 일어날지도 모르겠다." - 나정
"우리 쩡이, 오랜만에 오빠랑 데이트 한번 할까?" - 쓰레기
ㅇ 13화 : 1만 시간의 법칙
매일 3시간씩 10년, 만 시간 동안 노력했을 때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법칙. 쓰레기가 하숙집을 나가고 나정과 부쩍 가까워진 칠봉. 쓰레기는 그런 칠봉이 점점 신경쓰이고, 더는 미룰 수 없는 결정을 내린다. 장학금을 노리는 삼천포와 윤진. 그리고 이들에게 찾아온 에상치 못한 이별...
"수 많은 학자들의 연구결과,
분야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필요한 시간은 일만 시간이었다 한다.
일만 시간의 법칙.
모짜르트도, 비틀즈도, 스비트 잡스도, 김연아도
그들의 성공을 만든 것은 타고난 천재성도 행운도 아닌
일만 시간 이상의 노력과 고통이었다.
어쩌면 일도 관계도 사람도 마찬가지다.
마침내 성취하기 위해서
타고난 그 무엇과 운 좋음을 기다리기보다도
끝까지 애쓰고 고통스러워야 한다.
끝날 때까지 아직 끝난게 아니다." - 칠봉
"일로 온나, 빨리!" - 쓰레기
ㅇ 14화 : 나를 변화시킨 사람들 1
안아달라는 나정에게 키스한 쓰레기. 나정을 모임에 데리고 나가 소개한다. 그런 나정을 묵묵히 바라보던 칠봉도 승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알린다. 한편 항상 자신만만했던 해태를 긴장시키는 고난의 군대 생활이 시작된다.
"흔한 말로 계급은 고스톱을 쳐서 딴 게 아니라고 한다.
병신 같았던 천하의 쓸모없는 인간인줄로만 알았던 최병장.
그 인간이 내 젊음의 가치관을 바꿔 놓았다.
해 보지 않고서는 깨닫지 못하는 일들이 있다는 것.
가보지 않고서는 보지 못한 시야들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최병장이 가르쳐준 더 큰 깨달음은
냉험한 조직 사회에서 경험과 시간이 가르쳐주는
가장 소중한 것은 생존을 위한 융통성이라는 것을 난 알게 되었다." - 해태
"나정아, 혹시 만약에 언젠가 될지 모르지만 몇년 뒤에 우리가 다시 만난다면,
그리고 그때 옆에 아무도 없다면 그땐 나랑 연애하자." - 칠봉
ㅇ 15화 : 나를 변화시킨 사람들 2
달달한 만남을 이어가는 나정과 쓰레기는 연인 사이로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운동에만 집중하려는 칠봉에게도 나정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평생 알콩달콩할 것만 같았던 삼천포와 윤진도 차츰 싸우는 횟수가 늘어나는데...
"서태지가 윤진이를 변화시키고
윤진이가 선균이를, 오빠가 나를, 내가 오빠를 그렇게 바꿔가고 있었다.
사랑하지 않는다면 결코 생각지도 못할 일들을 우린 해내고 있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건 순전히 사랑이다." - 나정
ㅇ 16화 : 사랑, 두려움 1
해태를 면회 가는 삼천포와 윤진. 윤진은 부대 안에서도 인기가 좋다. 행복한 만남을 이어가는 나정과 쓰레기에게도 뜻밖의 시련이 찾아온다. 누군가 이야기했듯,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지게 될까?
"청춘이 힘겨운건 모르는것들 투성이기 때문이다.
도무지 뭘로 채워야할지 모를 빈칸들이, 눈 앞에 수두룩한 시험시간 같다고나 할까?
돌아보면 그 빈칸들의 정답은 없었다.
하지만 왠지 누군가 정답지를 들고 채점할것만 같은 공포.
그리고 남들과 다른 답을 쓰게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으로
내 20대는 늘 숨막히는 시험시간이었다." - 빙그레
ㅇ 17화 : 사랑, 두려움 2
나정은 자신과 멀리 떨어져 지내는 쓰레기를 생각하면 안절부절이다. 한편 빙그레는 자신도 이제껏 확신하지 못한 감정들을 확인하게 된다. 야구에 전력투구하는 칠봉, 연애가 항상 불안한 삼천포와 윤진. 그들은 모두 각자의 방식대로 두려운 것들에 대해 맞설 준비를 한다.
"우리 정이 오빠한테 시집올래?
오빠랑 결혼해주세요.
오빠가 억수로 잘해줄게... 라는 말 못하는데 같이 살면 지금처럼 오빠 불안하지는 않을 것 같다." - 쓰레기
ㅇ 18화 :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시티폰 주식으로 대박을 노리는 동일, 전역해서 여자친구를 만들려는 해태, 동일은 주식을 통해 부자가 되고, 해태는 운명적인 사랑을 만날 수 있을까? 나정과 쓰레기, 신촌하숙 아이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사회의 높은 벽을 실감한다.
"1997년 11월 21일 윤진이의 첫 출근날.
그리고 내 생에 최초로 채용합격 통보를 받은 날.
거짓말처럼 나라가 망했다.
대한민국은 하루아침에 아시아의 용에서 지렁이가 되었고,
찬란한 X세대였던 우린 하루아침에 저주받은 학번이 되었다.
프로야구도 비켜가지 못한 구조조정 한파에 아빠는 재계약에 실패하며 서울 쌍둥이를 떠나게 되었고,
윤진이는 회사로부터 당분간 월급이 나오지 않는다는 통보를 받았으며,
내게 신입사원 연수 날짜를 알려주겠다던 회사로부터 연락이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기다리던 나의 첫직장으로부터 소식이 왔다.
채용취소 통보였다.
100통이 넘는 이력서를 내고 힘겹게 들어간 내 생에 첫번째 직장.
난 첫출근도 못해보고 또 다시 취업준비생이 되었다." - 나정
"우린 아주 특별한 연인이다.
20년을 오누이처럼 지낸 각별함이 있었고 힘겨운 짝사랑을 견뎌낸 절실함이 있었으며
한달 앞둔 결혼을 미루고 장거리 연애를 시작해도 좋을 든든함이 있었던
우린 아주 특별한 연인이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얘기는 그저 평범한 연인들에게나 쓰이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우린 아주 특별한 연인이었으니까.
우린 아주 특별한 연인이었다.
하지만 그 특별함도 시간 앞에서, 생활 앞에서 지극히 평범해져가고 있었다.
누구나 그렇듯 우린 소홀해졌고 모두가 그렇듯 우린 무뎌졌다.
그리고 결국엔 그 소홀함과 무뎌짐들에 익숙해져 버렸다.
그렇게 우린 전혀 특별하지 않은 연인이 되어갔고, 그렇게 우린 헤어지지 않은 채 헤어졌다." - 나정
ㅇ 19화 : 운명을 믿으세요?
해태는 첫사랑인 애정을 만나 가슴 떨리는 사랑을 다시 시작하지만 삼천포와 윤진은 떨림보다는 편안함이 익숙해진 오래된 연인이 되었다. 서로를 신경쓰지 못해 조금씩 멀어졌던 쓰레기와 나정, 나정 앞에 나타난 칠봉은 그녀를 신경써주고, 쓰레기는 무심한 듯 병원 일에 매진한다.
"아들아. 니가 처음 나정이랑 연애한다고 했을 때 내가 왜 반대했는 줄 아냐?
너는 어찌게 생각하는지는 몰라도... 넌 나한테 아들이다.
나정이 오래비, 훈이놈이, 훈이놈을 저 세상 보내고 아직도 그 놈 이야기만 하면 이렇게 숨이...
그놈 죽고나서 니가 대신 아들 노릇한다고 우리집 와서
아버지, 어머니 불러싸면서 미친 쌩짓을 다하는 그 꼴을 보면서
그 모습을 보면서 좀 나아지더라. 고맙기도 하고.
근데 그런 니가 나정이하고 연애한다는 소리들응께 서운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고,
아... 이렇게 또 아들 하나 잃는구나.
인쟈 니들 나이 스물 이짝 저짝인디.
혹시 나중에라도 잘못되면 어떡하나 불안한 마음에 맘이 안좋더라고.
근데 니들이 서로 헤어졌단 얘기를 듣고 정말 이 두 년놈들을 불러다가 어떻게 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
근데... 어쩌겠냐. 세상일이 뜻대로 안되고, 더군다나 자식일인데 내 뜻대로 되겄냐.
그라고 니 놈이 나한테 어떤 놈인디.
내가 너를 평생 안보고 살 자신있겄냐?
인제 나는 괜찮응께 집에 전화 한번씩 넣어줘라.
집전화가 거시기하면 핸드폰으로 하고, 그래도 오래간만에 아들놈한테 내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하니께 기분은 좋구나.
인제 난 그만 갈란다." - 동일
"내 니 억수로 좋아하는 거 아나?
나도 창규선배처럼 니한테 멋지게 프로포즈하고 싶은데 나는 계획이 필요하다.
나도 이런 내가 싫은데 뭐 우짜겠노 이렇게 생겨먹은 것을.
니가 이해 좀 해도.
니가 이해 안해주면 누가 이해해주겠노.
하나는 주택청약 통장, 하나는 적금통장, 나머지 하나는 결혼식 통장이다.
아직까지 이 통장 만기가 안 됐다.
이 통장 만기 다 되면 그때 니한테 프로포즈할게.
그떄까지 좀 참아도. 알겠제?" - 삼천포
"운명은 지랄맞다. 운명은 지독하다.
그리고 운명은 힘이 쎄다.
그렇게 운명은 지독하고 힘이 쎄다." - 쓰레기
"운명이 지독하고 힘이 쎈 또 다른 이유.
예측할 수 없는 타이밍이다.
이렇게 운명은 잔인하다." - 칠봉
"운명은 벼랑끝으로 나를 내몰아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고
결국은 내게 공을 넘겨버린다.
운명은 결국 선택하는 것이다.
이제 내가 선택해야만 한다." - 나정
ㅇ 20화 : 끝의 시작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세 사람. 이제는 상대에게 더 이상 숨길 수도 양보할 수도 없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예상하지 못한 부상으로 입원하게 된 칠봉이와 그를 간호해주는 나정. 피하고 싶은 현실을 마주친 쓰레기. 그녀와 그들에게 남은 것은 직진 뿐이다.
"오빠, 내는 오빠한테 동생이다.
좋은거, 예쁜거, 행복한 것만 보여주고 싶은 동생. 가족이라고.
오빠 내는 우리가 왜 헤어졌는지 몰랐다.
그냥 다른 커플들맨키로 서로 지치고 힘들어서 그래서 헤어진 줄 알았다.
근데 이제 알겠다. 우리가 왜 헤어졌는지.
오빠, 그때 우리 힘들면 힘들다고 아프면 아프다고 말할 걸 그랬다.
우리 그때 왜 그랬을까." - 나정
"20년을 오누이처럼 지낸 각별함에 오빠는 늘 오빠여야만 했고 나느 늘 동생이어야 했다.
힘겨운 짝사랑을 견뎌낸 절실함에 서로에겐 늘 애틋함이 앞섰고
한달 앞둔 결혼을 미루고 장거리 연애를 시작한 미안함과 고마움과 불안감에
우리는 항상 미안하고 고마웠고 조심스러웠다.
결국 서로에 대한 배려만 남은 채 정작 자신들의 상처는 기댈 곳 없이 곪아가고 있었고,
결국 우린 평범한 연인만도 못한 사람들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우린 사랑한다, 그 흔하고 평범한 말조차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채 전혀 특별하지 않게 헤어져 버렸다." - 나정
"끝날 때까진 아직 끝난 게 아니다.
하지만 끝이 없는 게임이라면 스스로 끝을 결정해야만 한다.
일만 시간의 가슴 알이에도 안되는 일이 있다면 그 사람을 위해서라도 이제 가슴을 내려놓아야 한다.
끝을 시작해야만 한다." - 칠봉
ㅇ 21화 : 90년대에게
드디어 밝혀지는 성나정의 남편, 김재준. 그리고 그들의 행복한 결혼식. 여전히 시끌벅적한 신촌하숙 삼천포, 해태, 빙그레, 윤진의 마지막 이야기. 서울이라는 도시의 낯설음. 스무 살의 풋풋함. 그리고 첫사랑의 설레임. 신촌하숙 아이들과 우리의 1994년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준아, 내 좋아해줘서 고맙다. 니 떔에 내 스무 살이 이쁘게 기억될 것 같다." - 나정
"2002년 6월 19일 신촌 하숙이 문을 닫았다.
그렇게 우린 신촌 하숙의 처음이자 마지막 하숙생이 되었다.
특별할 것도 없던 내 스무 살에
천만이 넘는 서울특별시에서 기적같이 만난 특별한 인연들.
촌놈들의 청춘을 북적대고 시끄럽게 그리하여 기어코 특별하게 만들어준 그 곳.
우린 신촌 하숙에서 아주 특별한 시간들을 함께 했다.
울고, 웃고, 만나고, 헤어지고, 가슴 아프고.
저마다 조금씩 다른 추억과 다른 만남과 다른 사랑을 했지만
우린 같은 시간 속 같은 공간을 기적처럼 함께했다.
지금은 비록 세상의 눈치를 보는 가련한 월급쟁이지만
이래봬도 우린 대한민국 최초의 신인류, X세대였고, 폭풍 잔소리를 쏟아내는 평범한 아줌마가 되었지만
한때는 오빠들에 목숨을 걸었던 피 끓는 청춘이었으며,
인류 역사상 유일하게 아날로그와 디지털, 그 모두를 경험한 축복받은 세대였다.
70년대의 음악에, 80년대의 영화에 촌스럽다는 비웃음을 던졌던 나를 반성한다.
그 음악들이 영화들이 그저 음악과 영화가 아닌 당신들의 천춘이었고 시적이었음을
이제 더 이상 어리지 않은 나이가 되어서야 깨닫는다.
2013년 12월 28일, 이제 나흘 뒤 우리는 마흔이 된다.
대한민국 모든 마흔 살 청춘들에게.
그리고 90년대를 지나 쉽지 않은 시절들을 버텨 오늘까지 잘 살아남은 우리 모두에게 이 말을 바친다.
우린 참 멋진 시절을 살아냈으며, 빛나는 청춘에 반짝였으며,
미련한 사랑에 뜨거웠음을 기억하느냐고.
그렇게 우리 왕년에 잘 나갔었노라고.
그러니 어쩜 힘겨울지도 모를 또 다른 시절을 촌스럽도록 뜨겁게 살아내 보자고 말이다.
뜨겁고 순수했던, 그래서 시리도록 그리운 그 시절.
들리는가. 들린다면 응답하라, 나의 90년대여." - 삼천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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